[KOTRA 뉴스]중동 전쟁의 칠레 경제 파급 효과와 카스트 정부의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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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과 페소화 가치 하락, 칠레 경제 불확실성 증폭시켜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와 구리 수익 감소라는 ‘이중 노출’ 리스크에 직면
카스트 신정부, 7대 민생 지원 대책 추진
2026년 2월 28일 촉발된 중동 전쟁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 리스크를 현실화했다. 핵심 요충지의 봉쇄로 통행 선박 수가 급감해 물류가 마비됐으며, 국제 유가는 급등했다. 금융 시장 또한 안전 자산 선호에 따른 달러 강세로 변동성이 커졌다. 에너지 소비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칠레는 이 상황을 일종의 ‘외부세(impuesto externo)’로 규정할 만큼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칠레는 중동 전쟁과 지리적으로는 멀리 떨어져 있으나, 그 여파는 칠레의 개방형 경제 체제에 새로운 리스크를 일으킨다. 전임 정부로부터 인계받은 재정 적자와 국가 부채의 증가로 인해 집권 초기부터 재정난을 마주한 카스트 신정부는 국고의 가용 자금이 평시의 1% 수준으로 급감하자 정책적 결단을 내렸다. 대외 변수에 의한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중동 전쟁이 칠레 물가, 환율, 연료 비용 등 주요 지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가와 인플레이션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지표는 물가다. 국제 유가 급등(배럴당 70달러→110달러)은 칠레 페소화 가치 하락(1달러당 884페소→927페소)으로 이어지고, 다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기록적인 상승으로 이어졌다. 휘발유는 3월 넷째 주부터 리터당 370페소, 경유는 580페소 인상됐다. 이는 곧 차 한 대의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우기 위한 비용이 휘발유 차량의 경우 14,800페소(약 16달러), 경유 차량의 경우 23,200페소(약 25달러)나 올랐다는 뜻이다. 특히 경유는 전체 가격의 60% 이상이 한 번에 올랐다. 이는 산업 전반의 생산 원가를 올렸으며, 지난 수개월간 지속됐던 칠레의 물가 안정세는 변곡점을 맞이했다.
칠레 경제는 중동 전쟁이 발생하기 전인 2025년 말까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 이내로 안착시켰다. 팬데믹 이후 11.25%까지 인상했던 기준금리를 긴축적으로 운영하며 인플레이션을 통제해 온 통화정책의 결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중앙은행의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해 전쟁 직전인 2026년 2월 기준 연간 2.4%를 기록했다. 이는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이자 중앙은행의 장기 목표치인 3.0%를 밑도는 수치였다. 또한 구리 가격이 역사적 고점을 형성하는 등 대외 여건도 우호적인 상황이었다. 즉 칠레는 거시경제 안정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던 시점에 중동 전쟁이라는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을 받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물류비와 생산비 상승이 유발할 2차 파급 효과를 더 큰 문제로 지적한다. 특히 화물 업계는 이번 경유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전체 물류비용이 최대 25%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이는 식품과 서비스 등 가계 소비 품목으로 전이돼 월간 물가 상승률에 추가 압력을 가할 전망이다. 이미 시장의 기대인플레이션은 3.1%를 기록하며 중앙은행의 목표치(3%)를 이탈했다. 고환율이 계속될 경우, 부분적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에 진입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칠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4.5%에서 동결했다. 이는 수입 인플레이션 전이를 차단하기 위함으로, 중앙은행은 중동 전쟁의 지속성과 파급 규모를 확인하기 전까지 추가 금리 조정을 유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 또한 물가 및 경제 활동 데이터를 연동시켜 신중하게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금리 동결은 물가 안정을 위한 일시적인 조치일 뿐, 장기적으로는 기준금리를 중립 수준인 4.25%까지 낮추겠다는 기존의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환율
칠레 환율은 최근 국제 정세에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상황이 고조될 때마다 달러당 930페소까지 치솟던 환율은, 대화 가능성 같은 완화 신호가 포착되면 단 하루 만에 20페소 가까이 급락하는 등 불안정한 양상을 반복한다. 이는 현재의 환율이 칠레 경제의 기초체력(fundamentals)보다는 대외적 요소와 시장의 기대치에 좌우되는 선행 지표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워 경제 전반의 대응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에너지와 연료
연료를 거의 전적으로 수입하는 칠레는 국제 유가의 상승에 대응해 특정 유류세(Impuesto Específico)의 변동분을 조절하는 연료가격안정화 매커니즘(Mecanismo de Estabilización de Precios de los Combustibles, MEPCO)을 운용하고 있다. 특정 유류세는 법률 제18502호에 의해 규정된 고정 세금인 ‘기본분’과, MEPCO가 매주 국제 유가와 환율을 반영해 가감하는 ‘변동분’이 합쳐진 구조다. 국제 유가가 급등할 때 MEPCO가 이 변동분을 마이너스로 설계해 세금을 깎아주면, 국내 유가 인상 폭은 평상시 리터당 30페소 이내로 제한된다.
하지만 이번에는 특정 유류세의 완충 기능이 제한됐다. 카스트 정부가 MEPCO의 예외 조항을 발동했기 때문이다. 카스트 정부 출범 당시 국가 부채는 2022년 대비 400억 달러가 추가로 증액된 상태였다. 2025년 기준 구조적 재정 적자는 GDP의 3.6%를 기록하며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2023년부터 3년 연속 국가 재정 목표치 달성이 지연됨에 따라 정부의 가용 저축액이 크게 감소했으며, 그 결과 국고 잔고는 평시 수준의 약 1%인 4000만 달러 규모로 축소됐다. 이처럼 재정 여력이 제한된 상황에서, 유가 상승분을 전액 감당할 경우 예상되는 약 40억 달러의 재정 부담을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웠다. 이에 정부는 MEPCO의 예외 조항을 발동했고, 그 결과 휘발유와 경유의 기록적인 인상분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적용됐다.
카스트 정부는 MEPCO의 운용 파라미터도 개편했다. 주요 변경 사항 중 하나는 수입등가가격(import parity price) 산정 시 참조 기간을 기존 2주에서 4주로 확대한 점이다. 이는 국제 유가 변동의 충격을 보다 긴 기간에 걸쳐 분산시킴으로써 가격 변동을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려는 의도다. 정부는 나아가 모든 차량에 적용되던 보편적인 유류비 보조는 축소하는 대신, 대중교통 요금 동결 및 난방용 등유 가격 인하와 같은 특정 민생 부문에 집중하는 7대 지원 대책 ‘칠레는 앞으로 나아간다(Chile sale adelante)’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과 집중’ 전략은 물류 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다. 칠레 전국트럭소유주연합(CNDC)은 이번 경유 가격 인상을 전면 거부하며, 정부의 조치로 인해 전체 물류 체인 비용이 최대 25%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경유 사용자의 부담이 기존 대비 60% 이상 급증함에 따라 화물 업계의 집단행동 가능성이 커지면서 물류 마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발전 및 산업용 경유를 사용하는 비운송 기업의 세액 공제를 중단하려는 방침에 대해 산업계는 생산 원가 상승이 투자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결과적으로 카스트 정부의 민생 대책은 산업계의 비용 부담을 동반하고 있어, 향후 정책 이행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논의 과정이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구리
칠레의 핵심 수출 품목인 구리는 중동 전쟁 발발 직후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하며 일시적인 급락세를 보였다. 2026년 3월 초 파운드당 5.80달러 선을 유지하던 구리 가격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와 중국의 수요 약화가 맞물리며 중순 이후 5.40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칠레 경제는 연료를 수입하고 구리를 수출하는 구조적 특성상, 유가 상승과 구리 가격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이중 노출’ 리스크에 취약하다. 수입 비용 증가와 수출 수익성 하락이 겹치며 페소화 가치는 더욱 약세로 돌아섰고, 이는 최근 환율이 930페소까지 치솟는 원인이 됐다. 이러한 교역 조건의 악화는 국가 실질 소득의 감소로 이어져, 칠레 중앙은행의 2026년 GDP 성장률 전망치를 1.5~2.5% 범위로 하향 조정하게 만든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단기적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AI) 산업 확산과 글로벌 에너지 전환에 따른 ‘핵심 광물 랠리’가 2027~28년 칠레 경제의 구조적 버팀목이 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다만,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투자 심리 위축이 지속될 시 구리 가격은 다시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칠레의 투자 유치 및 재정 건전성 확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향후 전망
주요 지표들의 난항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최근의 전쟁 국면 전환에 따라 조건부 낙관론을 제기하고 있다. 3월 23일 기준 미-이란 대화 국면 시사에 따른 브렌트유 가격 하락(배럴당 98.8달러)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기대감은 대외 리스크의 고점이 지나 해소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구리 가격이 파운드당 5.51달러로 반등하며 교역 조건 개선의 신호를 보이는 점은 환율 안정과 재정 수입 복원을 위한 긍정적 지표로 평가된다.
칠레 중앙은행이 3월 25일 발표한 통화정책도 현재의 금리 동결(4.5%)은 긴축 기조로의 회귀가 아닌, 대외 불확실성에 대응한 일시적 조치임을 재확인했다. 단기적으로 1% 내외의 추가 물가 상승 압력이 존재하나, 24개월 후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목표치인 3%대에 안착해 있다는 점은 칠레 통화 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유지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대외 충격이 완화되는 대로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 기조를 재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중앙은행은 호르무즈 해협의 폐쇄 장기화(3개월 이상) 및 유가 150달러 돌파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경우, 금리 인하 경로의 지연 또는 전면 수정이 불가피함을 경고하며 정책적 유연성과 신중론을 견지했다.
마무리
중동 전쟁은 대외 충격에 민감한 칠레 경제의 주요 지표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지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유가 상승이 국내 연료비를 올리고, 페소화 가치 하락이 수입 물가 부담을 가중하는 가운데,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한 구리 수요 변화가 교역 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응하는 경제 정책도 전개되고 있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카스트 정부는 재정 건전성을 방어하기 위해 국제 유가 상승분의 국내 가격 현실화를 추진하되, 가계와 운송 부문에 선별적인 지원을 제공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현 상황에서 가장 큰 변수는 전쟁의 지속 기간과 강도다. 지속 기간이 길어질수록 인플레이션 압력과 성장 저해 효과가 고착돼 정책 운용의 폭이 극도로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갈등이 급격히 해소되거나 고조될 경우, 시장은 이전의 사례들처럼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따라서 재정과 통화정책 전반에 걸친 신중론이 칠레 거시경제를 지탱하는 핵심적인 버팀목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칠레의 거시경제 변동성은 우리 기업에 다각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급격한 환율 변동과 수입 물가 상승은 현지 시장의 전반적인 구매력 및 대금 결제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거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모니터링 강화가 필요하다. 또한, 물류비 상승과 산업계의 비용 부담 가중은 공급망 전반의 가변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특히 공공 재정 여건에 따른 정책적 우선순위 변동 가능성에 대비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한편, 카스트 정부의 7대 지원 대책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재정 운용 기조는 특정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시장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도 시사한다. 에너지 효율 제고 및 e-모빌리티 전환을 위한 정책적 유인책은 관련 기술 및 솔루션 수요를 자극할 수 있으며, 이는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찾는 기업들에 유의미한 시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 구리를 포함한 핵심 광물의 가치가 높게 유지될 것으로 평가되므로, 광업 생산성 향상을 위한 기술적 수요에 맞춘 대응 전략도 유효할 전망이다.
자료원: 칠레 정부, 재무부, 대통령실, 칠레 중앙은행, 칠레 국가은행(BancoEstado), Bci 은행, 칠레 국영석유공사(ENAP), 산티아고 상공회의소(CCS), 디에고 포르탈레스 대학교 경제사회맥락연구소(OCEC-UDP), 칠레 데사로요 대학교 경제사회연구센터(CIES-UDD), 칠레 가톨릭대학교 라틴아메리카 경제사회정책센터(Clapes UC), 칠레 대학교 라디오(Radio UChile), La Tercera, Emol, Bloomberg Línea, Diario Financiero, CNN Chile, BioBioChile, ADN Radio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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